일단 저지르는 삶

어젯밤, 무심코 오늘 아침에 볼 조조영화를 예매하려고 요즘 개봉한 영화 리스트를 훑어봤더니 별로 땡기는 영화가 없었다.

히든 피겨스가 있네~ 했다가 보니, 시간이 안맞는다. 뭔 영화 시간이 8시대 아니면 11시대냐...

이럼 곤란하지,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내가 보는 영화는 끝나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눈에 띈 영화 "행복 목욕탕" 

제목만 보고는 우리나라 저예산 영화인가 했다. 이상하게 그동안 행복 목욕탕에 대한 영화 예고편도 본적이 없고, 광고도 본적이 없어서 그랬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일본영화? 게다가 오다기리 조가 나오네~

뭔가 잔잔하니, 담백한 영화일 거라는 예상이 됐다. 

그래, 봄날 오전 조조영화로 잔잔한 일본영화도 어울릴거 같았다.

같이 보기로 한 언니한테 너무 심심하다고 욕이나 안먹어야 할텐데 했다.


아침에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서둘러 준비하고 동네 cgv로 향했다.

영화표를 체크하고 입장하려는데 사은품이라며 나눠주는데, 우왕 때수건이다.

언니랑 깔깔대며, 아줌마들 답게 때수건이라도 공짜로 받은 기쁨과, 왠지 유쾌한 영화일거 같은 작은 흥분을 안고 영화를 맞이했다.



여기서 부터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된다.

'갑자기 주인이 사라져서 목욕탕을 쉰다'는 내용의 목욕탕 문앞 공지가 보여지며, 씩씩한 모녀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나도 엄마지만, 참 밝은 엄마다 하는데, 갑자기 엄마(후타바역 미야자와 리에)가 쓰러지고, 병원에 가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는 순간, 속으로 난 "망했다"를 외쳤다.

망했다. 안그래도 난 눈물이 지나치게 많다. 게다가 같이 간 언니도 눈물이 많다. 

간만에 나온다고 화장도 하고 왔는데, 영화 끝난 후의 눈물콧물 범벅의 모습이 예상되면서.. 끝까지 눈물아~참아보자, 참아보자.




영화는 현실에는 없을 엄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검색해 보니 미야자와 리에라는 배우다. 이름은 낯익은데, 막상 작품은 본적이 없어서 얼굴은 낯설다.) 나도 엄마지만, 극중에서 딸과 대화를 나눌때, 내가 예상하는 대사와 너무 다른 대사를 해서, 아무리 영화지만, 같은 엄마인 나를 반성하게 하고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는 세상에도 없을 강한 엄마인 후타바가  옆에 있으면 한대 치고 싶을만큼 철부지 아빠인 가즈히로(오다기리 조가 아빠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져도 이런 남편이면 정말 곤란하다. 그래도 이렇게 철부지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실행했을거다. 보통의 남편이면 못하겠지), 사춘기지만, 말투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도 이쁜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가 사춘기 딸로 나오는데 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더라), 보는 내내 안쓰러웠던 이복동생 아유코(엄밀히 따르면 전혀 남남이겠지만), 휴게소에서 만난 방황하는 청년 타쿠미(반가워. 마츠자카 토리), 남편과 엄마를 찾아준 심부름센터 스루가 타로 부녀, 사춘기 이쁜딸의 생모 시노하라 유키코를 다 뜨겁게 품에 안고 사랑하는 내용이다.

영화의 원제는 행복 목욕탕이 아니라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 목욕탕물을 뜨겁게 할 정도의 뜨거운 사랑- 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팍! 집약되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마지막이 엽기적이라 할 수도 있어서, 펑펑 울고 난 후의 기분을 약간 환기시켜줬다고 할 수도 있다.

그치만, 계속 생각해보니, 그런 결론도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나도 남편한테, 혹시나 내가 먼저 가거든, 제사상 이런거 말고, 라떼랑 조각 케잌이나, 맥주 한캔 놓아줘라고 맨날 얘기 하니까.

떠나는 이가 바라는 데로 해주고, 마지막까지 그 따뜻함을 느끼고 간직하는 거니까.

그래도 말이다. 

완전히 이해하며 아름다운 결말이야 하지는 못하겠다. (난 다중인가봐.. 이랬다 저랬다)


가만 보니, 오늘이 개봉일이다.

따뜻한 감동과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할 만한 영화다. 

더불어 영화 관계자에게 건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사은품은 때수건보다 손수건이었어야 했단 말이다.


(이미지는 Daum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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